교토에서 온 편지(2023,김민주감독)

이틀에 걸쳐 이 영화를 왓차로 보았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쓰자면 영도에 사는 엄마와 그의 딸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쓰면 별로 안 무겁게 느껴지는데 요즘 나는 무거운 영화는 피하게 된다. 왠지 이 영화도 그럴거 같아서 한번에 쭉 보지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영화였다.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가 올라온다. 이 영화의 배경은 부산 영도인데 영도 올해 3번 간것뿐이지만 매우 반가웠다. 특히 영화 속에서 바다가 안 보여서 이상하다는 셋째의 말과 비슷한 말을 영도에서 만난 분한테 들었다. 그 분은 서울에서 살때 바다가 안 보여서 한강에 자주 갔다고 한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그런 환경에 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집에서 절대 창문을 열지 않는다. 환기를 위해서 열기는 하지만 바로 벽이 보여 다른 집을 보게 되는 위치라 열기가 좀 그렇다. 영도는 정말 지대가 높았고 이 영화에서도 틈틈히 볼 수 있는 영도의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영화라는 매체는 장소성/시간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다. 그래서 훗날, 이 영화를 떠올릴다면 영도를 먼저 생각날 거 같다.

나의 계획은 이 영화를 얼마전에 5만원에 구입한 프로젝터 hy300으로 볼 생각이었다. 나는 커튼이나 블라인드 대신에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으나 프로젝터가 없어서 궁금했었다. 쪼만한 거 하나 사보자 맘 먹은 참에 구입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가 과연 쓸까 싶었다. 일단 완전 불을 꺼야 볼만한다. 하지만 다른 용도로 쓰면 되니까 후회는 없다. 프로젝터로 실험할 거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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