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과 종이책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전자책은 나와는 관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눈이 나빠지면서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다는 것에 어느새 익숙해졌다. 특히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되면서 엄청 부자가 된 느낌이다. 실제의 책을 단 한권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생길걸까. 늘 신기하다. 오래전 킨들과 크레마 e북 리더기를 구입했지만 약간 실망을 한게 아무리 눈이 더 편해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이 잘 안간다. 하지만 그래도 정을 붙이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책을 많이 읽냐 그건 또 아니다. 책 구경을 엄청 많이 한다. 왓차같다. 보지는 않으면서 구경만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나의 로망중 하나가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다. 책 안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책이 많이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인데 일종의 허영심같은 것이다. 나름 좋은 점이 많은 이 허영심을 버릴 생각은 없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밀리의 서재의 구독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읽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AI 목소리라도 잠을 잘 때 들으면서 자면 오래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좋다. 어릴때 엄마가 책 읽어주는 문화는 사실 아직도 낯설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들어 경험하는 것도 괜찮은 거 같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서재가 생긴다면 나는 늘 업데이트를 할 것이다. 업데이트란 책도 자주 바뀌지만 위치도 늘 변하는 시스템을 가진 서재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서재처럼 큰 책장이 몇 개 있는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스타일로 오밀조밀하게 있게 만들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변서재 꾸미기 재미있을 거 같다. 그런 날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종이책과 전자책, 둘다 장점이 많기에 계속 공존할 수 밖에 없다.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독자는 휠씬 늘어날 것이며 그 중에서 이 책은 꼭 소장하고 싶다는 사람 또한 계속 늘어날 것이다. 먼훗날 나만의 서재가 생긴다고 해도 자는 전자책과 함께 할 것이다. 음원과 음반과는 다른 것 같다. 음반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제는 생기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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