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것들

오늘 일요일을 맞이하여 밤이 아닌 늦은 오후에 산책을 하였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시원하면서 깨끗한 추위를 느끼며 걷었다. 문득 산책을 낮에도 가끔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물론 오늘같이 미세 먼지가 덜한 날씨라면 말이다. 햇빛이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밤에 비해 가려지는 모습이 다 드러나서 밤보다는 더 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 세상의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고 나도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거 같다.

산책은 정신적 활동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필수적으로 나의 일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어 일주일에 5일 정도는 40~50분 정도 꼭 그 어디라도 산책을 하려고 부득이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쉽지는 않았다. 나는 실내 인간이며 어두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산책에 조금씩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해서 이제는 확 나가버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일요일이라 나가기 싫었지만 확 나가 잠깐 산책을 하고 나니 집안일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자기 전에 독서까지 많이 하고 잘 예정이다.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것을 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약간의 산책, 집안일, 독서 이 기본적인 것들은 다소 맘이 혼란하고 우울한 날에도 세 가지 장면 전환을 가져다 준다. 산책을 집에서 할 수 없으므로 나가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 가게, 나무, 새 이런 존재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집안일은 사람이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활동인데 대충 해도 괜찮다. 평가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생활 공간을 조금이라도 치워야 반복되는 일상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는 간단한 요리라도 재료가 필요하고 재료의 구입과 동시에 재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남이 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독서를 하면서 잡념을 생길 수는 없다. 멍 때리면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볼 수는 있어도 멍 때리면서 글을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냥 큰 욕심 없이 몇 장 읽어도 된다. 최소한 그 순간에는 뭐라도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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